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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8-11 21:34
[전문불교코너]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 임인년 하안거 해제법어
 글쓴이 : 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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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 >


광동성 소주(韶州)땅 운문산(雲門山)의 문언(文偃)선사는 주장자를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습니다. “주장자가 용이 되어 건곤을 삼켰거늘 산하대지는 어디에서 생겼단 말인가?”

대중들은 묵연히 듣고만 있을 뿐 누구 하나 감히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뒷날 장로자각종색(長蘆慈覺宗賾)선사가 이 말을 전해 듣고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주장자는 다만 나무일뿐이다. 용으로 변한 적도 없고 건곤을 삼킨 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산하대지가 뚜렷이 남아있는 것이다.”

선종이 종문(宗門)을 개창한 이래로 결제를 마친 선가의 운수납자들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서 풀을 헤치며 지팡이를 주장자 삼아 한 걸음 한걸음 옮기면서 제방의 선지식을 찾아 다녔습니다. 가는 회상(會上)마다 어김없이 법상에는 수많은 명안종사들의 주장자 법문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가풍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습니다. 덕산선감선사에게 주장자는 방(棒)이 되었고 또 주장자는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때로는 납자를 경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납자들의 눈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또 운문선사와 종색선사처럼 서로의 안목을 내보이는 법 거량의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천동함걸(天童咸傑)선사도 주장자를 세우거나 던지면서 이런 법문을 남겼습니다. 법상에 올라 앉아 주장자를 높이 세우고서 “미혹되었을 때는 단지 이것에 미혹되는 것이다”라고 하고는 다시 주장자를 한번 내리치고는 “깨달았을 때도 단지 이것을 깨달은 것뿐이다. 미혹과 깨달음을 모두 잊어도 쓰레기 위에 두엄덩이를 거듭 덮는 것과 같다. 동쪽에서 솟았다가 서쪽으로 가라앉고 기틀 전체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벗어난 경지에서 한 구절 말해볼 사람이 있는가?”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침묵뿐 입니다.

“만약 말하지 못한다면 내가 스스로 말할 것이다”라고 한 뒤에 주장자를 집어 던지며 말했습니다. “수행을 마치고 30년 뒤에 보자”

파암조선(破菴祖先)선사가 병상에서 일어나 법상에 올라앉아 말했습니다. “병들어 누운 지 십여 일 되는 듯하구나. 조금도 기력이 남아있지 않고 근육과 뼈는 살갗을 뚫고 다 드러났다. 애써 몸을 지탱하고는 있으나 소금기도 없고 곡기도 없으니 누가 나를 위해 설명해 주겠는가?”

하지만 모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러자 자문자답(自問自答)했습니다. 선사는 주장자를 잡고서 ‘주장자가 일어났다’라 말하고 크게 껄껄 웃은 후 주장자를 올렸다가 내리치면서 말했습니다. “밝은 구슬 천말을 쏟아 냈으니 각자 창고를 점검해보기 바란다.”

한여름 열기 속에서 어느새 해제가 되었습니다. 해제 때에는 선원에 남아서 정진하거나 산문 밖을 나가 선지식이나 도반을 찾고 처소를 가려 자유스러운 가운데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허송세월할 수가 있습니다. 제불조사(諸佛祖師)가 옛날에는 모두 우리와 같은 범부였습니다. 그가 이미 장부요 나도 또한 장부거니 다만 하지 않을지언정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정진을 잘하도록 합시다.

四聖六凡以佛爲極

明眼衲僧以悟爲則

성현과 범부는 부처로써 극칙을 삼지만 명안납승은 깨달음으로써 법칙을 삼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