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교토의 정원에 깃든 종교적 배경을 제거하고, 그동안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자갈과 모래에 주목한다. 자갈과 모래의 다양한 배치와 정돈을 보여주는 사진이 담담히 펼쳐진 이 책에서 교토의 정원은 아무데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한 풍경으로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자갈과 모래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이 무심히 운행하도록 두지 않는 인위(人爲)를 상징한다. ‘마른 정원(가레산스이)’, 즉 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정화, 제초, 갈퀴질, 재구성 같은 꾸준한 유위(有爲)가 필요하다. 갈퀴질을 새로이 하고, 형태를 달리해서 조성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자갈과 모래의 정원은 바람, 비, 지진, 중력, 이끼, 잡초, 낙엽, 인간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해 해지고 사라지고 만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선적인’ 혹은 ‘영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일본의 정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것은 선(禪)이 아니다』는 정원이란 자연을 정교하게 축소시켜 눈 아래 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마주보는 하나의 통로라는 뜻밖의 사실을 깨우쳐준다. 자연과 인간의 변덕스러운 기질에 맞서 정원을 보존하려는 인간의 단단한 의지의 표상. 그 무위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 : 레너드 코렌

Leonard Koren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오가며 살고 있다. 건축을 전공했고, 19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와 파리에서 야외 대형 벽화를 작업했던 ‘로스앤젤레스 파인 아트 스쿼드The... 더보기
Leonard Koren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오가며 살고 있다. 건축을 전공했고, 19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와 파리에서 야외 대형 벽화를 작업했던 ‘로스앤젤레스 파인 아트 스쿼드The Los Angeles Fine Arts Squad’를 공동 설립했다. 1970년대 주요 아방가르드 저서로 평가받는 『WET: The Magazine of Gourmet Bathing』을 간행했다. 저서로 『배치의 미학』(2011)과 『와비사비』(2019) 등이 있다. 『What Artists Do』(2018)의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역자 : 박정훈

국문학과 사진을 전공했다. 경주와 교토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검은 빛〉 〈먼 산〉 〈시절들〉 등의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집 『every little step』을 펴냈다... 더보기
국문학과 사진을 전공했다. 경주와 교토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검은 빛〉 〈먼 산〉 〈시절들〉 등의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집 『every little step』을 펴냈다. 기타 독주곡집 〈Deep Sunset〉 〈Providence?The Bach Album I〉을 낸 뮤지션이기도 하다. 『와비사비』를 비롯한 레너드 코렌의 책을 주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선 禪이 아니다|저자 레너드 코렌|북노마드|값15,000원

SNS 기사보내기
전수진기자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