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대장 비형랑과 길달의 모험과 우정
왕은 거문고 갑을 쏘았을까?
경주에 가면 고분에서 눈썰매 타는 미추왕을 만날 수 있다고?
옛날이야기에는 말하는 동물이나 도깨비, 신비한 힘을 지닌 연못이나 사람이 등장한다. 「말하는 까마귀와 쥐」에 나오는 연못은 미래를 예언한다. 까마귀와 쥐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안다. 까마귀와 쥐는 왕이 내일모레 죽을 거라는 연못의 예언을 알려 준다. “거문고 갑을 쏴라”라고 적힌 편지가 나왔다고 하여 ‘서출지’라고 불리는 연못의 예언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왕은 서출지에서 나온 편지의 비밀을 풀고 목숨을 구했을까? 아니면 결국 죽고 말았을까?
왕은 말하는 까마귀와 쥐를 만났지만, 「여덟 마리 자라의 행운」 속 이구호는 경주의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말하는 자라 여덟 마리를 만난다. 자라는 왜 이구호를 찾아온 걸까? 그건 이구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때문이다.
신라 시대 때 왕은 도깨비도 불러 함께 살았나 보다. 옛날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인간을 사랑했다. 특히 인간의 음식인 메밀묵과 수수떡은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도깨비 대장 비형랑」에서 비형랑은 길달과 함께 하룻밤 안에 다리를 뚝딱 만들어 주기도 하고 「쌀이 나오는 바위」에서는 석굴암 쌀바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출동해 해결해 주기도 한다. 하룻밤 만에 다리를 완성하는 것도, 바위에서 쌀이 나오는 것도 도깨비와 관련된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길달은 궁을 떠나 부처님 옆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비형랑은 친구를 위해 죽은 여우를 왕에게 가져가서 길달이라고 속인다. 어쩌면 이때부터 도깨비와 인간의 사이가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눈썰매 타는 임금님」에서 경주에 사는 휘리는 겨울밤 고분에서 눈썰매를 타는 미추왕을 만나서 함께 밤새도록 눈썰매를 탄다. 미추왕은 죽어서도 신라를 전쟁에서 구한 아주 신비롭고 멋진 왕이다. 역사책 속에서 본 왕을 직접 만나서 같이 눈썰매를 탄 휘리는 얼마나 신났을까.
천년 고도 경주에는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연못 하나에도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잔뜩 숨겨져 있다. 경주에 간다면 말하는 자라가 집으로 찾아온다거나 한밤중에 고분에서 장난꾸러기처럼 눈썰매를 타는 신라의 왕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으로 무슨 엉뚱한 일이 생기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