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는 비결과 인욕바라밀>

 

예로부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입니다.

하늘이 높다는 것은 기후가 좋다는 뜻이요, 말이 살찐다는 것은 먹거리가 풍부할 뿐 아니라 식욕이 왕성해진다는 뜻이 있습니다.

 

말(馬)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가을이 되면 식욕이 왕성해지는데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식욕을 절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요즘은 옛날과 달리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비만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데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 또 청소년들에게도 비만증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도 약간 비만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정도 뚱뚱한거야 별로 나쁠 것이 없지만 키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살이찌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평소에 체중관리를 잘해 놓으면 굳이 살빼기 작전을 감행할 필요도 없고 다이어트 한답시고 억지로 끼니를 굶는 고역을 치를 일도 없는데, 평소에는 먹고 싶은대로 가리지 않고 먹다가 어느날 갑자기 살을 빼겠다고 굶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제가 잘 아는 어느 신도님댁에 여고생의 딸이 있는데, 몸이 남보다 뚱뚱해서 친구들에게 자주 놀림을 받고는 했습니다. 하루는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살을 빼서 날씬한 몸매를 가져야겠다는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식구들에게도 선포를 하고 먹는양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기름기 있는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기로 하고, 채소와 과일만 먹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음식점에 가는 일도 사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밤이 되자 도무지 잠을 잘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러누어 무심코 쳐다 본 천정의 무늬가 크림빵으로 보이고, 핫도그로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먹고싶은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수가 없었습니다.

식구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습니다. 견디다 못해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를 열어 보았지만 불행히도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밥통에는 밥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밥을 보자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먹고보자. 먹고 죽은 귀신은 땟깔도 곱다더라’

그래서 허겁지겁 밥을 퍼먹기 시작했습니다. 밥통에 남은 밥을 다 먹었지만 양이 차지 않았습니다. 발동이 걸리고 보니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은 아직 12시 5분전, 식구들 몰래 밖으로 나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구멍가게를 찾아냈습니다. 빵과 음료수를 한 보따리 사들고 들어와서 정신없이 먹고 마셨습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흐믓한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참담했습니다. 얼마후 그애의 방에서는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병원으로 실려가 장(臟) 절제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빈 속에 너무 많이 먹어서 장이 비비꼬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만증의 예방이나 치료도 아니고 많이 먹고 병원에 간 소녀에 관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제 가을도 중순에 접어 들었으므로 머지 않아 가을단풍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게 될 것입니다. 단풍에 넋을 잃다보면 어느새 겨울리 오고, 한 해도 마감하게 됩니다. 여러분이야 단풍이니 가을하늘이니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할 여유가 없겠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계절의 변화만큼 여러분은 성장하게 됩니다.

 

불교 용어로는 이와 같은 세월의 변화를 무상(無常)이라고 하는데,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없다’는 한자말로, 알기 쉽게 말하면 ‘변한다’는 말입니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크레이토스도 ‘만물은 유전한다’고 했는데, 이처럼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물은 존재하고, 또 여러분도 살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잘 수용하면 여러분의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되고, 반대로 이를 잘 수용하지 못하면 불행한 인생이 전개 되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마지막 학기를 맞았습니다. 이 학기만 지나면 한 학년씩 올라가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변화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앞으로 여러분에게 오는 변화가 좋은 변화가 될 것인지 아니면 나쁜 변화가 될 것인지는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살빼기작전을 감행한 한 여학생의 예화를 소개한 것도 이 변화에 대처해서 여러분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오늘을 잘 참고 견디면 내일은 희망이 있고, 오늘 참지 못하면 내일의 희만은 절벽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정작 여러분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인욕바라밀입니다. 인욕이란 참는다는 말이요, 바라밀이란 ‘저 언덕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참음으로서 저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저 언덕’이란 여러분이 바라는 것이면 무엇인건 해당됩니다.

 

대학입학시험에 합격을 바라면 대학입시합격이 저 언덕이요, 성적향상을 바라면 향상된 성적이 바라밀입니다.

멋진 남자친구를, 아니면 마음씨 고운 여자친구를 원하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바라밀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욕, 즉 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살을 빼서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음식 조절을 잘 해야겠지요? 음식조절을 잘 하자면 어떤 마음이 필요합니까? 참을성, 인욕이 필수적인 것 아닙니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무슨 말인지 아시지요?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간다’와 같은 뜻으로 일시적으로 먹은 마음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한문숙어 이지요.

하루 이틀 참는 것은 왠만한 각오만 하면 될 수 있으나 대부분 사흘 넘기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랑 말이 있는것입니다. 인욕은 꾸준해야지 일시적이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공부 아닙니까?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옳은 말입니다. 이 법사도 그 말을 좋아합니다. 어찌 공부만이 인생의 전부입니까? 하지만 학창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일의 희망이 절벽인데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하기 싫은 공부지만 참고 꾸준히 하게 되면 공부를 습관적으로 하게 되고, 습관이 되면 그 다음에는 싫증이 나지 않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우리 중생이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길 가운데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인욕바라밀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잘 참고 견딤으로써 마침내 부처라고 하는 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잘 참으면 부처님도 될 수 있는데, 다른 거야 안될 게 없겠지요? 그렇잖습니까?

 

그런데 인욕이란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은 옛날과는 달라 개성이 강한 시대가 되어서 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더 인욕이 힘든 시대입니다. 그러나 인욕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수가 없습니다.

옛 성인들이나 위인들 가운데 참을성 없이 성인되고 위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옛날 중국에 한신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신은 집이 어찌나 가난했던지 빨래해주고 그 품삯으로 살아가는 아주머니들에게서 밥을 얻어먹고 살아가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은 뜻만은 원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길가운데 애들이 모여 놀면서 한신을 놀려댔습니다. 구걸하러 가는 길을 막고 서서 ‘매일 얻어먹는 아이가 무슨 용기가 있겠느냐? 만일 용기가 있거든 한번 싸워보자. 그렇지 못하겠거든 내 다리 아래로 기어나가라’하고 도전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때 한신은 수십명 정도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래의 원대한 포부를 생각함으로써 한 때의 분함을 참고 그 망나니의 다리 아래로 기어 나갔습니다. 이런 수모를 잘 참아냈기에 훗날 한신은 유방을 도와서 천하를 얻은 후에 한왕(漢王)이 되어 부귀를 누렸던 것입니다.

 

‘라후라’가 누군지 아십니까?

석가모니부처님의 아드님이시기도 하고, 십대제자 가운데 한분이시기도 한 라후라 존자를 모른대서야 어찌 불자라고 큰 소리 칠 수 있습니까?

 

라후라는 부처님의 아드님입니다. 부처님께서 일찍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게했는데, 본인은 왕손(王孫)의 자리를 버리고 스님 노릇하는데 대해서 불평불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화가 전해오는데 오늘은 라후라 존자가 잘 참음으로써 마침내 성인의 지위에 오른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라후라가 나이 많은 부처님 제자 사리불존자와 함께 수행정진을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사리불과 함께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걸식이란 밥을 동냥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시에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부처님도 밥을 동냥해다가 잡수셨던 것입니다.)

 

도중에 어떤 키 큰 사내가 길 한 복판에 서서,

“야, 내가 주는 공양을 고맙게 받아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사리불의 발우에 큰 돌을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자 발우는 땅에 떨어져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발우는 스님네들의 밥그릇을 말합니다.)

“하하하, 그 꼴이 정말 좋구나.” 그 사나이는 크게 비웃었습니다.

사리불의 곁에 섰던 라후라는 깜짝 놀라 그 악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악한은, “요런 중놈이 건방지게 왜 남의 얼굴을 쳐다봐.”하고 큰 주먹으로 라후라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라후라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지만 꾹 참고 있었습니다. 사내는 무어라고 욕설을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잠깐 동안에 일어난 일인 만큼 사리불도 그저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사리불은 라후라를 위로하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라후라여, 잘 참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불제자가 된 사람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겉으로 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도 말입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욕됨을 참는 것처럼 좋은 행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그 가르침을 따라 인욕(忍辱)을 보배로 삼고 있습니다. 불도(佛道)를 바르게 지켜 수행하는 자엥게 악행을 하는 자는 횃불을 들고 큰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그 몸을 불태울 것입니다. 부디 라후라여, 상대를 원망하지 말고 그 욕을 견디어 참아 주십시오.”

라후라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고 냇가로 가서 얼굴의 피를 씻었습니다. 이때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사리불의 마음은 너무도 아팠습니다.

라후라는 겨우 참고 또 참았습니다. 금새라도 울음이 터질듯 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락만 된다면 곧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그것도 잠깐 동안의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아버지인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나타나 다정하게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라후라는 잠시 후에 말하였습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이 상처가 아파짐에 따라 오랫동안 고통하는 사람들의 일이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이 있게 되는 것입니까? 실로 이 세상은 더러움이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저는 성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에게 큰 자비의 마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악한 자가 아무리 미친듯 사나와도 불제자는 성내는 마음을 참고 높은 덕을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도리어 업신여깁니다. 그래서는 악은 언제고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해도 그들은 조금도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아무리 정성을 다해 설법하셔도 악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리불은 라후라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이 사정을 전부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라후라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후라야, 너는 참으로 잘 참았다. 불도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견디고 참는 것이 제일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신 후에 부처님은 라후라를 위하여 인욕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라후라는 국왕의 손자, 부처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릴때부터 갖은 고난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나이많은 스님들도 따르지 못한 수행 정진이었습니다.

 

이처럼 인욕행르 견디어낸 결과 라후라는 열두살이 되었을 때 무상(無常)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앞에서 말씀드림 바와 같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항상 변합니다. 변한다는 것은 고정불변의 성질이 없다는 것입니다. 봄이 여름으로 바뀌고 여름이 가을로, 가을이 겨울로 바뀌는 것은 세월이 무상한 것이고, 어린이가 소년에서 장년을 거쳐 노인이 되는 것은 인생무상이요, 다이어트 결심이 사흘만에 변하는 것은 마음무상입니다.

 

이와 같은 무상의 도리를 깨달아 마침내 해탈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인욕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중국의 한신은 부랑배들의 다리밑으로 기어가는 수모를 참아내서 나중에 임금이 되었고, 라후라는 머리가 터져 피가 흐르는 아픔도 참아내 마침내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은 어떻습니까?

그보다 몇배 쉬운 일도 참고 견디지 못하면서 성공을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요?

 

먹고 싶은대로 다 먹다보면 뚱보가 되고, 먹기 싫다고 식사를 거르면 병이 듭니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인욕수행이요, 먹기싫은 것을 먹는 것도 인욕입니다. 하기 싫은 마음을 억제하고 공부하는 것도 인욕이요, 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는 것도 인욕입니다. 친구간에 화내는 일을 참는 것도 인욕이요, 나쁜 습관을 끊어버리는 것도 인욕입니다.

 

이제 한 해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더러는 극기훈련이라고 해서 일부러 특정한 장소에 들어가 참는 공부를 합니다만 인욕은 일시적인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작심삼일로 끝나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소련에서 일어난 쿠테타가 3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듯이 인욕도 일시적이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다같이 얼마남지 않은 금년 한해를 잘 참고 열심히 공부해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듭시다. 그리하여 참는 습관이 몸에 배어 모두가 인욕보살이 됨으로써 사회생활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서 불도를 성취하는 불자가 됩시다. 다같이 인욕바라밀을 성취합시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교설법연구원 편

법천 스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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