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출가이후 승려생활

 

제1장 첫 출가의 발걸음

 

< 부인과 아들에게 마음으로 빈 용서>

비록 굳은 마음으로 집을 떠난 경보청년이었지만 눈 앞에 절망에 지치고 집안살림 돕느라 피곤에 지쳐 깊이 잠들어 있는 아내의 모습과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던 간난애기의 생각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전생에 중이 될 팔자로 태어나 중이 된다고 하지만 아내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경보청년은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고 기필코 훌륭한 고승이 되어 자신이 지은 죄값의 백분의 일이라도 갚겠다고 결심하고 한라산 북녘 기슭에 자리잡은 관음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듯 했지만 관음사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무려 18시간을 쉬지않고 걸어온 셈이다.

처음 10여일간 경보청년은 아침저녁으로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조석예불을 하고 관세음보살만을 외우며 일심으로 기도했다.

 

< 식구들의 가출신고 >

그간 집안에는 왼통 난리가 났다. 식구들이 주재소에 무단가출신고를 했던지 순사가 찾아왔다. 결국 서경보라는 신분이 밝혀져 경보청년은 일인 주재소장 앞으로 끌려가 훈시만 톡톡히 듣고 강제로 집으로 보내졌다. 2~3일 후에 다시 도망해서 다른 절로 갔다.

 

그러나 좁은 섬바닥 안의 사찰에서 뱅뱅 돌기만할뿐 바다로 스며들수도 없었고 날개가 있어 바다를 날아갈 수도 없어 이 절 저 절 숨어다니다가 결국은 붙잡혀 집으로 보내졌다. 이럴때마다 경보청년은 출가하여 중이 될 것을 허락해 달라고 애걸복걸 했으나 완강하신 조부님은 끝내 허락을 아니하셨다. 이렇게 끌려 다니기 일곱 번,내 뜻을 꺽을 수 없다고 생각하셨던지 조부님은 끝내 허락하시고 말았다.

 

다시 큰스님의 구술을 들어보자.

“조부님은 눈물어린 눈을 돌리시며 말씀하셨지. ‘인력으로는 어쩔수 없는 일인가 보구나. 부디 몸이나 성히 보전하거라. 불쌍한 것’ 지금도 그때 조부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히 들리는 듯 해요”

 

경보청년은 조부님과 부모님에게 세속인으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정중히 올렸다.

어머니와 아내 이씨가 등에 어린 것을 업고 삽작까지 따라나왔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어머님은 치마말기에 감추어 두셨던 노자돈을 주셨고, 철없는 어린것도 어디론가 애비가 떠나는 것을 알고나 있었던 것처럼 칭얼대며 울고 있었고, 내자는 우는 아이를 얼르면서 벌겋게 물든 얼굴을 들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 탑라 제1의 혜월 스님과의 만남 >

경보청년은 다시 어머님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남제주군 대정읍 산방사(山房寺)로 향했다.

일곱전에 결쳐 이 절 저 절을 들락거리는 동안 이곳의 강혜월(姜慧月) 스님이 삼다고 제일의 고승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혜월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보청년은 주지방으로 들어가 혜월스님 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었다.

“ 스님, 이제는 조부님과 부모님의 출가허락을 받고 왔아오니 스님게서 저의 스승이 되어주시어 저의 머리를 깍아주옵소서”

“또 저번과 같이 붙들려가지 않겠는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아주 허락을 받고 왔으므로 다시는 그런일이 없을것입니다. 그렇게 나오기를 일곱 번만에 허락을 받고 오는 길입니다.”

“ ...우선 머리를 깍고 행자로 있어보게. 수계는 며칠 더 기다려 보고 주기로 함세”

혜월스님은 손수 경보청년의 상투를 자르고 머리를 깍아 주었다. 그 후 혜월스님은 사람을 보내어 사실을 확인하고 경보행자에게 오계(五戒)를 일러주어 은사가 되었다.

 

이렇게 출가한 경보스님은 염불을 외우고 부처님께 조석공양하는 일 외에 한라산 깊은곳에 자리잡은 법정사(法井寺)를 자주 찾아가 욱어진 나무밑에서 3일간 주야로 참선을 했으며, 다시 산방사로 돌아와 37관음기도에 정진했다.

 

경보스님은 우선 조석예불 때 하는 염불독경과 법요집행읭 예식부터 빼지 않고 부지런히 배우고 부처님의 내력과 역사를 알기위하여 <팔상록>도 탐독하였다. 예불도 하고 불경도 외우느라눈코뜰새없이 바쁘고 몸이 넝마처럼 피곤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승려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의 생활리 기쁘기만 했다.

 

SNS 기사보내기
SBC불교일보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