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자비(慈悲)의 원리

부처님이 말씀한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해치지 않는 불해(不害)와 자비(慈悲)다.

불해(不害)는 불살생과 같은 말로서, 나에게 있어서 자기가 더없이 사랑스럽듯이, 남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그 자기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 사실의 인식을 밑받침으로 불해(不害) . 불살행(不殺生)의 윤리가 제시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여러 가지 소원이 있다.풍족한 생활,명예, 평화의 기원 등 끝이 없다. 그러나 어느 소원을 가지고도 내 생명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산다는것잉 인간의 기본적인 소원이며,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인간 최대의 비원(悲願)인 것이다.

 

인간의 이성이이 비원을 전환시켜 남의 처지에 적용시킬 때, 그것이 곧 남을 해치지 않는 불해(不害)다. 「그러므로 자기가 사랑스러운 것을 아는 사람은 남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붓다의 평범한 이 말씀에는 너무나도 중대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와함께, 자비(慈悲)란 원래 <벗>이란 단어에서 발전된 낱말로서 <우정>으로 추상화된 말이다. 동물적인 사랑이나 혈연의 사랑이 아닌, 보편적 서랑을 자(慈)의 한 글자로 가리키고 있다

 

불교는, 깨침을 얻는 붓다의 길은, 먼저 자기에게 전념하고, 자기의 내부 깊은곳에 침잠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얼른 보기에 인간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우 역설적이기도 해도, 사람은 자기의 내부 깊은곳에 침잠했을 때, 비로소 남에게 깊은 애정을 쏟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의 인간존재의 참 모습을 성찰할 수 있을 때, 그 존재에 눈물을 뿌릴 수 있는 자라야만, 비로소 남을 위해서 도울수 있는 자가 되는 것이다.

불교의 용어에 동고(同苦). 동비(同悲),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것도 그것을 말함일 것이다.

<자>라는 글자에 다시 비(悲)자를 추가하여 <자비>라 함은그 때문이라 여겨진다.

 

생각건대 불교의 보편적인 사랑의 개념, 전인류적 사랑은 이 비(悲)의 한 글자에서 현저한 특색을 발휘하고 있다할 것이다. <비>는 그 원어가 본래 <신음>을 뜻하는 말이다. 신음이란, 인간의 슬픔, 고통의 표현이다. 그 신음소리를 듣고 그도 역시 인간으로서의 괴로움을 걸머지고 있구나 하고 공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의 정신, <비>의 윤리다. 값싼 동정이 아니며, 더불어 함께 신음하는 것이 <자비>다.

 

사람은 기쁠때보다 슬픔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공감을 나눌 수 있다. 이 슬픔과 괴로움을 통하여 인간의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번져 가는 전 인류적 사랑, 그것이 불교에서의 보편적 사랑인 <자비>이며, 여기에 불교윤리의 수승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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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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