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보물(제999호)에서 국보(제333호)로 승격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불교미술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부산시립박물관(관장 정은우)은 2022년 첫 번째 특별기획전으로 ‘치유의 시간, 부처를 만나다’를 5월 12일부터 7월 1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중을 불교의 세계관을 통해 치유하고 희망과 도약을 기원하는 이번 전시는 합천 해인사, 남해 용문사, 창원 성주사, 양산 통도사, 예천 용문사, 부여 무량사, 서울 경국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 부산대학교박물관 등 전국 16개 주요 사찰과 박물관·미술관이 소장해 온 불교미술의 정수(精髓) 11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2020년 보물(제999호)에서 국보(제333호)로 승격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 지정 후 처음으로 해인사 밖에서 대중에게 소개된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까지 활동한 고승 희랑대사(생몰연대 미상)의 모습을 조각한 유일한 조사상이다. 희랑대사는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정진했다고 전해진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왕건은 그 보답으로 토지를 하사해 해인사 중창을 도왔다고 한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祖師像·僧像)’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유사한 시기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이 많이 조성됐지만, 한국에서는 유례가 거의 없었다.

전시는 총 4부로 나뉜다. △1부, 〈佛像, 부처님의 참모습〉에서는 통일신라 불교미술의 수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금동보살입상’과 ‘건칠희랑대사좌상’을 비롯해 이색적인 형태의 고려시대 불교 조각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조각승의 계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조선 시대 불상도 소개된다.

△2부 ‘佛腹藏, 염원의 시간’에서는 불상과 불화에 생명력과 신성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작된 ‘복장물’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현존 복장물 중 가장 오래된 ‘산청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 납석제사리호(이하 납석제사리호)’를 비롯하여 고려, 조선 시대 불복장의 유형과 안립의식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납석제사리호는 경상남도 산청군 석남암 터의 석불대좌 중대석에서 발견된 것으로 조성 시기는 통일신라시대인 766년이다. 사리함 표면의 명문에는 당시 신라의 승려 법승과 법연이 죽은 두온애랑을 위해 비로자나불을 조성했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함께 봉안했다고 적혀있다. 발굴 과정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는 훼손되어 보존되지 못했다. 불상대좌중대석에 법사리를 봉안한 것은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복장물은 〈조상경〉에 근거하여 형식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지만 복장물마다의 발원 이유와 염원의 내용은 다양하다. 그 시절의 간절했던 불심을 공감해보는 자리다.

△3부 ‘佛츐와 寫經, 진리의 세계’는 불심의 절정이 담긴 불화와 사경을 선보인다. 50여 점밖에 전하지 않는 고려불화 중 명작으로 꼽히는 ‘수월관음도’와 ‘나한도’ 등 고려불화와 합천 해인사와 창원 성주사의 ‘감로왕도’. 예천 용문사의 ‘화장찰해도’ 등의 조선불화를 선보인다. 길이 9.5m, 너비 6.3m에 이르는 대형 불화인 ‘남해 용문사 괘불탱’도 선보인다.

수월관음도는 33관음 중 하나인 수월관음의 모습을 도상화한 불화로, 일반적으로 관세음보살이 보타낙가산의 연못가 바위에 앉아 선재동자를 맞는 모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중국 당말 오대 돈황에서 제작된 수월관음도 군이 현존하는 수월관음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조성된 관세음보살도 대부분이 수월관음도에 속한다.

△4부 ‘부산 불교미술의 거두, 玩虎 스님’에서는 부산의 영도 복천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 현대 영남지방 불교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완호 스님의 작품을 소개한다. 완호 스님은 불교미술의 전통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여 불교미술의 맥이 오늘날의 영남 지방까지 이어질 수 있게 했다. 또한 규제와 감시가 극심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완호 스님은 서명에 일본 연호를 사용하지 않는 등 굳은 항일 의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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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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