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운림리 농소고분 범자 쓰인 나무널편.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고분 유물로는 최초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상준)는 12월 3일 순창 적성면 운림리 산12-2번지에 있는 농소고분 발굴 현장에서 조사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유물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고분에서 발견된 목관의 널에 쓰여진 산스크리트 어다.

고분 널에는 산스크리트 어가 금가루로 새겨져 있었다. 우리나라 고분에서 산스크리트 어가 쓰여진 유물이 발굴된 것은 처음으로 고려시대 불교식 매장문화에 대한 연구자료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무덤의 형태는 묘실을 만들고 나무로 관을 짜 넣은 덧널무덤 형식이다. 봉토는 당초 길이 580cm, 너비 404cm의 장방형으로 큰 규모로 추정되나 현재는 모두 깍여 가장자리에 병풍석(護石)만 남아 있다. 병풍석 내에는 3단으로 파여 있으며, 전체 깊이는 300㎝에 이른다. 고분에서 발견된 유물은 청동합(靑銅盒, 음식을 담는 놋그릇 중 하나로, 그리 높지 않고 둥글넓적하고 뚜껑이 있으며, 불교에서는 주로 공양품을 담는 용도로 쓰임), 청동반(靑銅盤, 얇은 세숫대야 모양의 그릇), 청동수저 등이며, 토광의 세 벽면을 파내어 만든 벽감(壁龕, 장식을 목적으로 두꺼운 벽면을 파서 움푹한 공간) 속에서 출토됐다.

이와 함께 동쪽 벽감에서 출토된 청동반에서는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겨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소는 밀봉된 채 발굴된 청동합을 열고, 목관도 해체해 추가 유물을 확보할 계획이며 무덤 주인의 나이와 성별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하기로 했다.


이상준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장은 “관 외부에 씌여진 것으로 앞으로 불교사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용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책임조사원은 “무덤의 규모, 출토된 유물들의 양상, 목관과 목곽의 구조물로 볼 때는 고려시대 이 지역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지도층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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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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