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붕괴가 임박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은 탈레반정권이 파괴한 바미얀 석불 복원 문제에 쏠리고 있다. 탈레반정권은 지난 3월 국제적인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이교적’이라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인 53m와 36m 높이의 거대한 불상을 폭파시킨 바 있다. 이 두 석불은 수도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바미얀의 산 암벽에 서 있었으며 2~5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의 영화제작자 베르나르트 베버와 취리히 인근 부벤도르프에 있는 아프가니스탄박물관 파울 부허러 관장이 그 중 53m 석상의 복원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스위스 일간지 ‘블리크’지가 21일 보도했다. 그들은 이미 10월부터 기금조성을 벌여 현재 복원에 필요한 총액의 6분의 1인 1만1500달러(한화 1500여만원)를 모았다.

실은 지난 3월 폭파 직후에도 스리랑카 불교단체 마하 보디 협회 등을 비롯한 각종 불교권 국가와 단체들은 연대를 통해 복원을 공언한 바 있었다. 불교권 국가들은 아프간 내에는 이번에 파괴된 불상 말고도 수천여점의 고대 불교와 힌두교 미술품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오마르의 통치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유적들이 파괴되었는지 불안해 하고 있다.

부허러관장에 따르면 파괴된 바미얀 석불의 복원은 3단계로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사이버스페이스 상에 복원을 하고 다음은 복원과 재료연구를 위해 10분의 1 크기의 미니어처를 만든 다음 최종적으로 현지에 석불을 세운다는 것이다. 베버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상황이 진정되고 아프간 국민들이 우리를 초청할 경우 즉각 실무 크기의 석불을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도사리고 있는 암초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원로 화가 히라야마 이쿠오씨는 “석불복원은 시기상조”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히라야마씨는 오랫동안 바미야 불상의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을 해왔고 석불폭파 전에는 보존운동에 적극 가담해온 인물이다. “현재 아프간에서 석불복원보다 시급한 것은 인도주의적 관심이다. 예를 들어 그런데 쓸 돈이 있다면 먼저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베버는 그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어떤 한 가지 일을 한다고 해서 다른 일을 무시한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종종 이같은 상징적 일은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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