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만의 폭우로 물에 잠긴 강남, 폭염으로 46도를 기록한 유럽…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하늘이 하얗게 될지언정 살아남아야 한다

퓰리처상 수상작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신작
강남을 물바다로 만든 11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우, 46도라는 믿을 수 없는 기온을 기록하게 만든 유럽 폭염. 2022년에 발생한 이 초유의 사건은 인류가 자초한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대멸종이 재현되고 있다. 그동안 지구상에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이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자초한 이번 대멸종의 대상에는 인류도 포함될 수 있음을 경고한 문제작,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퓰리처상의 주인공이 된 엘리자베스 콜버트. 그가 다시 한번 전 지구적 위기를 정면으로 다룬 《화이트 스카이》와 함께 돌아왔다.

이 책의 제목인 ‘화이트 스카이’는 인류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지구 공학 분야에서는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대형 항공기로 성층권에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지구 온도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반사 입자 때문에 흰색이 새로운 하늘색으로 변하는 부작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콜버트는 《화이트 스카이》를 통해 독자와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간의 지성과 기술은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노력의 결과 인류가 마주하게 된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특유의 문체로 냉정하고 정직하게 보여준다.

2022년 여름, 유럽에 폭염이 덮쳤을 당시 독일 베를린에서는 40여 개국의 장관이 참석한 페터스베르크 기후 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회담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콜버트가 《화이트 스카이》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또한 결코 다르지 않다.
“이제 인류는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저자 : 엘리자베스 콜버트

언론인이자 작가. 201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자.
예일 대학교 졸업 후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선정되어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독일 특파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언론인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미국에 돌아온 뒤에는 《뉴욕타임스》 올버니 지국장을 역임하는 등 15년 가까이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정치, 사회 분야의 기사를 써왔다.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메시지를 날카롭게 전달하는 콜버트의 기본적인 스타일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1999년, 〈뉴요커〉로 자리를 옮긴 콜버트는 초기에 주로 정계 인사들과 관가의 이슈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 미국 부패 정치인의 대명사인 일명 ‘보스’ 트위드부터 블룸버그 당시 뉴욕 시장, 힐러리 당시 상원 의원에 이르기까지 뉴욕을 무대로 활동한 정치인을 다룬 글들은 콜버트의 첫 번째 책인 《사랑의 예언자: 그리고 권력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The Prophet of Love: And Other Tales of Power and Deceit)》에 담겼다. 훗날 콜버트는 뉴욕주 작가 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사에서는 모든 핵심 정보를 기사의 첫머리에 담았지만, 잡지사에서는 독자들이 글을 끝까지 읽게 해야만 했다”고 말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뉴욕 대학교 저널리즘학과 웹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프랑스어에 능통해졌는데 중국으로 파견된 것 같았다”고 표현하며 “글쓰기를 다시 배워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적절한 위트와 유머로 독자의 시선을 부드럽게 붙잡는 스타일이 더해졌다. 

그 결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루기 어려운 사안을 쉽게 설명하고 독자를 설득해내는 콜버트 특유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완성될 수 있었다.1989년 출간된 빌 맥키벤의 베스트셀러 《자연의 종말》을 접하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콜버트는 2000년 겨울, 당시만 해도 정기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글을 쓰는 필진이 없던 〈뉴요커〉 지면을 통해 ‘제너럴 일렉트릭의 독성 화합물 허드슨강 방류’ 문제를 지적하면서 환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01년, 콜버트는 빙하 코어를 활용한 기후 연구를 계기로 그린란드에서 1년간 머물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지구 온난화가 어려운 이론이 아닌, ‘토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금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깨닫고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모두가 애써 외면하는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인류의 책임을 강조하고자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The Climate of Man”라는 제목으로 〈뉴요커〉에 연재한 기후 위기 3부작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에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공익상’을 받았다. 또한 이 연재를 바탕으로 출간한 《재앙에 대한 현장 보고서(Field Notes from a Catastrophe)》로는 환경 부문을 포함한 5개 영역에서 혁신적 공헌자에게 수여하는 ‘하인즈 어워드’를 받았다. 2009년 봄, 〈뉴요커〉에 쓴 “The Sixth Extinction?”라는 글은 후에 콜버트에게 ‘퓰리처상’을 포함한 여러 수상의 영예와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여섯 번째 대멸종》의 근간이 되었다.

이 외에도 미국 과학진흥협회 저널리즘 어워드(2005), 래넌 문학상(2006), 내셔널 아카데미 커뮤니케이션 어워드(2006),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 평론상(2010), 구겐하임 펠로우십 과학 저술상(2010), 실 어워드 환경 저널리즘 부분(2017) 등을 받았다.

역자 : 김보영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및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영한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도서과 검토와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제3의 장소》,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놀라움의 해부》, 《구름 속의 학교》, 《감시 자본주의 시대》 등이 있다.

화이트 스카이|저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역자 김보영|쌤앤파커스|값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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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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