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는 끝났는가? 나는 왜 죽었는가?”
「달 아주머니와 나」는 망자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뿐 아니라 아이와 노동자들까지 애도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해 추모의 문학작품을 내지만, 이 소설은 단지 죽음을 위로하는 ‘추모’의 작품인 것만은 아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 표현하는 슬픔이나 안타까움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은 자가 일정한 죽음의 시간을 지나며 직접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물론 작품의 화자가 슬픔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을 전혀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검을 아버지가 수습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고통, 같이 죽은 친구들을 영원히 만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 무엇보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황망함도 있다. 이런 대목이 대개 경험했듯이 애도를 불러일으킨다.

「달 아주머니와 나」는 이런 애도의 직접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가가 애도를 좌우하는 주체의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유령의 화자가 말하는 방식이라도 작가가 의도하면 ‘한번 애도의 시간을 가져보는’ 감정의 표현에 머물겠지만, 이 소설에서 작가는 그런 의도가 없다. 세월호 같은 사건에서 살아 있답시고 죽은 사람을 애도할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이 소설에서 흐릿하다. 유령의 화자만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죽고, 살아간다. 화자는 자신의 시선이 닿는 인물과 장소와 사물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 추억의 장소, 소중한 물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슬픔을 부르지 않는다.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선생님을 속이는가 하면 헤어진 부모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혼자 사는 집과 혼자 먹는 끼니에 익숙하고, 광고 전단지는 배달 음식을 고르는 데 요긴할 뿐이다. 슬픔을 환기하는 것보다 죽은 자가 이렇게 살아간다고 말하는 한 애도를 넘어 어떤 죄의식과 분노가 현재화된다.

불시에 닥친 죽음을 믿지 못하는 나, 18세 이공은 머물 자리를 찾아 떠돌고,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과 슬픔에 잠긴 달 아주머니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죽은 이공을 집으로 들인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죽은 공은 같은 날 남편을 잃은 달 아주머니에게 의지한다. 공은 아버지가 자신의 주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달 아주머니는 죽은 남편을 닮은 작고 마른 아이를 집으로 들여 빵과 음료를 대접한다. 공은 스스로 발톱을 깎을 수 없는 달 아주머니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달 아주머니는 죽은 아이가 더 이상 거리를 떠돌지 않도록 자신의 집에 머물러 있게 해준다.
거짓말로 죽음을 모면하고 홀로 살아남았다고 자책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공과 안락한 삶을 버리고 노동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두려움 때문에 끊임없이 먹고 살을 찌우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회한에 잠긴 달 아주머니는 18평 다세대 주택에 고립되어 지낸다.

「달 아주머니와 나」는 세월호 같은 죽음에 대해 애도를 끝내고 기억으로만 남기지 않을지 의심하고 있다. 산 자의 상투적인 애도와 추모, 기억보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유령이 직접 말을 걸어 ‘나는 왜 죽었는가?’라고 묻는데 어찌할 것이냐고.

저자 : 서성란


1967년 익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서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
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쓰엉」 「마살라」 등을 썼다.

달 아주머니와 나|저자 서성란|도서출판b|값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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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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