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대종사>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은 15일부터 여름철 집중 수행인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가는 전국 수행승들에게 "세상의 모든 시비와 증애(憎愛)를 내려놓고 오직 화두타파를 위해 정성을 다할 때 본래 갖고 있는 지혜·덕상이 홀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12일 당부했다.

성파스님은 이날 하안거 결제법어를 통해 "천 길 벼랑에서 나뭇가지를 잡고 있다면 이는 기특한 이가 아니니,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방의 수행자들이 산문 출입을 삼가며 하안거를 결제함은 고불(古佛)께서 권장하신 법도"라며 "대중이 모여 결계하고 화합해서 정진하는 일은 불종(佛種)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며, 청정승가가 길이 유지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안거에는 조계종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약 2천명의 수행승이 참여한다.

안거는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석 달간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여름 하안거와 겨울 동안거가 있다

----------------다음은 중봉 성파 종정예하 임인년 하안거 결제 법어 전문-----------------------


 昆盧頂上(비로정상)을 걸어가라

  有相有求俱是妄(유상유구구시망)이요
  無形無見墮偏枯(무형무견타편고)로다.
  堂堂密密何曾間(당당밀밀하증간)이리오
  一道寒光爍太虛(일도한광삭태허)로다.

 상이 있고 구함이 있으면 모두가 망령된 것이요
 무형과 무견은 치우친 소견에 떨어짐이로다.
 당당하고 밀밀하니 어찌 간격이 있으리오.
 한줄기 찬 빛이 큰 허공에 빛나도다.

 하안거를 결제하는 제방의 대중이여!
 유(有)에 집착하고 무(無)에 집착하는 모두가 사견을 이루는 것이니, 유무에 떨어지지 않아야만 한 맛으로 모두가 항상 나타날 것이다.

 옳은 법과 그른 법이 있으니 하나는 상(常)이요, 하나는 단(斷)이다.
 단과 상이 비록 다르나 병이 되는 것은 모두 같다.
 주먹을 펴면 손바닥이 되니, 뜬구름이 흩어지면 하늘은 모두 푸르다.

 제방의 수행자들이 산문 출입을 삼가며 하안거를 결제함은 고불(古佛)께서 권장하신 법도이다. 대중이 모여 결계하고 화합해서 정진하는 일은 불종(佛種)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며, 청정승가가 길이 유지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제천이 환희하고 호법신장이 찬탄하며, 신심 있는 단월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니, 이 인연을 통해 큰일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화두타파의 일념으로 힘써 정진할 때 모든 결박이 분명하게 풀어지는 징험이 있게 될 것이다.
 천 길 벼랑에서 나뭇가지를 잡고 있다면 이는 기특한 이가 아니니,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시비와 증애를 내려놓고 오직 화두타파를 위해 정성을 다할 때 홀연히 본래 구족한 지혜덕상이 드러날 것이다.

 그대 엉킨 실타래를 풀고자 하는가?
 무념지(無念智)의 한칼로 문득 잘라냄이 쉬운 방법이로다.

 終日忙忙(종일망망)에 那事無妨(나사무방)이라 
 不求解脫(불구해탈)하고 不樂天堂(불악천당)이로다.
 但能一念歸無念(단능일념귀무념)하면
 高步毘盧頂上行(고보비로정상행)하리라.

 종일토록 바쁘고 바쁘나 어느 일에도 방해되지 않도다.
 해탈을 구하지 않고 천당을 즐기지 않도다.
 다만 한 생각 무념으로 돌아가면 
 높이 비로정상을 걸어가리라.


SNS 기사보내기
전수진기자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