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국불교총본산 조계사에서 1월 21일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봉행됐다. 현장에는 5000여 스님들이 운집해 종교차별과 불교폄훼 근절을 외쳤다.
<중>전국승려대회 봉행위원장  총무원장 원행 스님 봉행사
<하>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스님의 종정예하 교시 대독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 1월 21일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봉행됐다.
 전국에서 상경한 5000여명의  스님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 사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 방지를 위해 차별금지법 포함해 정부 여당의 근본적 대책 수립,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전과 계승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정부여당이 나서 수립할 것을 결의했다.

승려대회에는 조계종 전국 25개 교구본사의 본말사와 전국선원수좌회와 전국비구니회 소속 스님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30개 종단 스님들이 대거 동참했다. 현장에 오지 못한 전국 사찰들도 마음으로 함께했다. 오후 2시 승려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명종과 명고가 조계사에 울리던 시각, 전국 사찰에서도 명종 6타로 뭇생명에게 승려대회의 메시지를 전했다.

명종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현하지 못한 불제자들을 향한 경책, 그리고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부처님 정법에 따라 세간을 교화하고, 대승보살의 육바라밀 원력으로 종교편향을 근절해 불교자주권 수호를 성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삼귀의, 반야심경으로 막을 올린 본행사는 고불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스님들은 고불문에서 전국승려대회의 취지와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의 의지를 부처님전에 고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대웅전 부처님을 향해 서서 “일제강점기 이후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불교와 전통문화의 영향력을 위축시키고자 노골적인 종교 편향과 차별 정책을 펼쳤고, 오늘날까지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교단敎團의 지속적 안녕安寧이 위협받고, 도량道場의 청정淸淨과 납자衲子의 가풍家風이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고했다.

이에 “벽안납자碧眼衲子들이 초학初學과 노덕老德을 불문不問하고 위법망구爲法忘軀의 파사현정破邪顯正 원력護法願力으로 분연奮然히 일어나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무릅쓰고 한국불교총본산韓國佛敎總本山 조계사曹溪寺에서 전국승려대회全國僧侶大會라는 승가갈마僧伽羯磨를 열게 되었사오니, 저희들이 오늘 내딛는 이 걸음이 교단의 자존自尊과 자주自主를 성취하고 종교 간에 상호 존중과 화합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라고 했다.

스님들은 참회진언을 통해 그동안 숱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으로 인한 상처를 되짚고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수호하지 못한 불찰을 참회하고 성찰했다.

종정예하 진제법원 대종사는 “중생제불불상침(衆生諸佛不相侵)이며, 산자고혜 수자심(山自高分水自深)이로다. 만별천차명저사(萬別千差明低事)이니 자고제처 백화신(鶴鶴蹄處百花新)이로다”라는 교시를 내렸다. 교시는 “중생과 모든 부처님이 서로 침범하지 아니하며 산은 스스로 높고 물은 스스로 깊음이로다. 만가지 천가지로 다름이 모두 이 진리를 밝힘이니 자고새 우는 곳에 백가지 꽃이 새롭도다”는 의미다.

이어 종정예하는 “모든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세계에 두루하게끔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며 “중생이 화합하니 법화의 향기가 시방세계에 진동한다”는 가르침을 설했다.

전국승려대회 봉행위원장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봉행사에서 “역사 속 국가의 위기마다 항상 국민들의 곁을 지켜온 한국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속에 국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는 이천년 찬란한 민족의 전통문화가 홀대받고 있다”며 “불교는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을 종교간 분쟁이 없는 모범국가의 토대를 제공해 왔지만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불교계의 헌신에 대한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스님은 “우리 승가공동체의 결집은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외침이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파사현정의 몸부림이자 종교편향과 차별을 조장하는 분열의 세력에 준엄한 죽비경책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다름과 차별, 갈등과 분열이라는 검은 장막을 걷어내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정치권력에 의한 종교편향과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여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합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스님은 “정부여당의 종교편향적 자세와 전통불교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작금의 상황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됐다”며 “더 이상 한국불교 존엄성이 짓밟히고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우리 불교계는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1962년부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여 충당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0년 동안 국가적 책무인 전통문화의 전승과 보존관리를 떠넘겨 왔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문화재관람료로 인한 마찰과 갈등이 발생하여 국민적 비난이 사찰과 스님들에게 향할 때마다 책임을 외면한 채 방관해 왔다.”고 했다.

이어 “1967년 공원법 제정으로 국공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수많은 사찰과 사찰이 보존해온 산림이 국공립공원으로 강제 편입되었고, 사찰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일방적 지정이었으며, 이로 인한 각종 규제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면서 “정부는 공원입장료 징수 편의를 위해 문화재관람료와 합동으로 징수해 오다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였고, 문화재관람료를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이에 덕문 스님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존재했던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 존엄을 다시 세우고 승가와 교단을 스스로 지키는 정법당간을 높이 들어야 한다”며 “한국불교 자존과 위의를 세우기 위해 물러심 없이 부종수교해 나가자.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불교로 거듭나는 거룩한 불사를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이 대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이제 저희들은 모든 생명이 존귀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큰 물결이 되어 다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전통문화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파사현정의 깃발 높이들고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정진할 것”을 서원했다.


 결의문은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특위원장 선광 스님의 선창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편향 불교왜곡사태에 대해 사과하라 △부와 여당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 △정부와 여당은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등 3개 항을 결의했다.

끝으로 스님들은 석가모니불 정근을 통해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변화된 한국을 만들어가길 서원했다.

한편, 이날 봉행위가 고심 끝에 정부여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황희 문체부 장관과 정청래 의원의 참회발언을 수용했으나, 황희 문체부 장관의 영상 발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장 스님들의 반발로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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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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