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와 함께 읽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문학 세계”

     

〈포와 란포〉(“Poe and Rampo”)는 도서출판 b의 ‘예술과 인간의 깊이’ 시리즈로 〈괴테와 톨스토이〉, 〈발자크와 스탕달〉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가운데 탐정문학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만 선정하여 출간한 것이다. 포의 소설 5편과 시, 에세이, 평론 등이 5편이 실렸다. 이 선정은 일본 탐정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가 쓴 「탐정작가로서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론의 안내를 따랐다. 란포는 이 글에서 포가 왜 탐정문학 작가인지를 논증한다. 이 논증 과정에서 언급된 작품을 발표순으로 배치한 것이다. 란포의 이 평론은 해제로서 책머리에 실었다.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를 오마쥬한 작품으로 소설가로 데뷔하고, 필명까지 포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에도가와 란포라고 지을 만큼 포의 전문가였다. 따라서 이 책은 란포와 함께 읽는 포의 탐정문학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포를 추종했고 일본 탐정소설의 대가였던 란포가 ‘탐정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문학을 분석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란포는 포의 수록 작품에서 크게 두 가지를 주목한다. 하나는 전대미문의 탐정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을 발명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탐정소설 특유의 치밀한 구성이 포의 전 작품에 끼친 영향력이다. 포의 전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해보면 작품들 사이사이 탐정소설을 써 발표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란포는 이것이 ‘포의 탐정소설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이라고 말한다. 란포는 “포의 탐정소설은 크게 봐도 5편뿐이라서 한때의 취미라고 간주할 수도 있지만, 탐정소설은 그의 짧은 작가 생애 내내 발표되어 탐정소설에 대한 포의 열정이 결코 일시적이거나 돌발적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란포는 먼저 포가 ‘전대미문의 탐정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을 발명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고 하는가를 분석한다. 란포가 분석하기에 이는 포가 세운 탐정문학 원형의 확립에 있다. 원형의 하나는 ‘구성의 원리’다. 포는 천재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후대 작가들은 이 구성을 답습했다. 포의 탐정소설은 이후 작가들이 이를 추종하고 금과옥조로 삼았다. 도일의 홈스 같은 탐정은 폐지할 수가 없는 탐정소설 구성의 원리였다. 란포는 “포가 없었다면 탐정소설이 존재했을까? 존재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탐정소설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포는 감쪽같이 숨기는 ‘트릭’의 원리도 창안했다. 이후 탐정소설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긴 생명력을 자랑한 것이 포가 창안한 트릭의 원리였다.

다음으로 란포는 탐정소설 5편과 함께 수록한 나머지 글들 역시 치밀한 구성, 논리적 전개와 결말 등 포 특유의 글쓰기 방식을 분석한다. 포 스스로 탐정소설과 같은 치밀한 구성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과 여타의 글들을 어떻게 쓰는지를 피력한, 문학론이라 할 수 있는 「구성의 철학」을 예로 든다. 포는 「구성의 철학」에서 “모름지기 플롯이라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대단원까지 상세하게 기획되어 있어야 한다. 대단원을 의식하고 있을 때만 최종 의도에 부합하는 사건과 어조를 창조함으로써 플롯에 인과성의 빛깔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함께 수록된 시 「까마귀」에 대해 포가 “이 작품의 구성에는 우연이나 직관이 전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 정확하고 엄밀한 수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라고 하는 말을 두고, 란포는 “시도 이럴진대 다른 글들은 얼마나 효과를 고려하여 대단원을 향해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구성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매듭짓고 있다.
            

저자 : 애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 1809-1849
미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이자 탐정소설의 창시자. 카프카, 보르헤스, 코난 도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작품으로는 「도둑맞은 편지」, 「검은고양이」, 「까마귀」 등이 있다


포와 란포|저자 애드거 앨런 포|도서출판b|값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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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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