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관 시인은 네 번째 시집 『뭐 별것도 아니네』(도서출판 b, 2021)를 펴내며 “이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 해야 할 일과 하지 못할 일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 세상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시인의 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두울수록 더 잘 보이는 눈을 갖고 싶다 / 막힐수록 더욱 뜨거운 가슴으로 살고 싶다”고 하는 신언관 시인은 청년 시절의 민주화운동과 생활인으로서의 농민운동을 거쳐 현실정치운동의 꿈을 펼쳐 보이다가 이제는 결실을 준비하는 노년의 초입에서 모든 실천적 활동을 그만 두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에는 67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신언관 시인의 시들은 그의 곡절 많은 이력만큼이나 다성성을 갖고 있다. 감옥 속 무의식의 상상력, 현실과 대거리하는 정치적 상상력, 농부의 시선, 변화를 열망하는 전위성, 자연 속에서 신과 만나는 영지주의, 무소유의 깨달음 등 서로 다른 시적 인식이 혼재돼 있다. 굴곡진 삶의 궤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시적 상상력의 깊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신언관 시인의 시는 단순하지 않다.


일별을 해보자면 “탈출을 꿈꾸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것이다 함께 했던 쥐새끼들 다 도망가고 없다 일생 중 가장 긴 밤을 보내며 서너 방울 똥과 오줌도 지렸다”(「덫」), “봄비 오는 밤 / 낮에 보았던 아리따운 벚꽃이나 / 수선화 향기는 까마득히 잊었고 / 홀로 빗소리 들으며 / 나는 왜 유배와 반역을 생각하는가 / 나는 왜 피의 구호를 떠올리는가”(「적폐와 반동」), “묵어 닳아진 삽날에 찍힌 / 불어터져 누운 벼톨 / 폭염에 갈라진 상처 딱징이에 / 흰자위 들어낸 원망의 눈으로 / 진흙을 덧씌운다”(「똘」), “물은 혼자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 낙엽도 있고 바위도 있던 거야 / 곁을 지키던 작은 소나무 가지에 붙은 / 새벽이 가져다준 고드름 떼어내 / 맑은 입맞춤의 고백을 했어 / 사랑한다고”(「독백」) 등등의 시편들처럼 말이다.

신언관 시인의 시집에서 특히 강렬한 지점들로 감옥 안에서의 죽음의 공포가 빚어내는 비극적 이미지들이 있지만 “시작은 알 수 없으나 / 끝은 바로 여기인데 / 돌아가지 못하는 줄 알면서 /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리워했을까 / 여기가 그곳인 줄 알면서 /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참았을까 // 이제는 욕망의 짐 내려놓고 / 너른 바다에 거품 되어 사라진다”(「파도」)는 모든 욕망을 내려 놓고 대자연의 일원으로 회귀하는 진리의 의미를 담지케 하는 성찰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지점들이 아닐까 한다. 시는 바로 이러한 순간, 내려 놓았지만 끝이 아니라는 인식의 순간에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 : 신언관

195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등을 ... 더보기
195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다. 2015년 『시와문화』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등을 펴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대학재학 중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1980년 5월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도군단에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농민운동을 하며 전국농민협회 사무처장,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총무, 민주주의민족통일 충북연합 의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연)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하였고,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창립을 주도하며 창립선언문을 작성하였고 초대 정책실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고향(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성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톨릭농민회 청주교구연합회 생명농업실천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뭐 별것도 아니네|저자 신언관 |도서출판b|값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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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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