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는 인도에 숨겨진 이 다양한 언어들과 정화된 정신들을 시(詩)라는 형식에 담아 노래로 만들었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기탄잘리를 쓴 나이는 고작 40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에 쓴 이 시어들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까지 살아온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노회함이 묻어있다.
자연과 신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이 삶의 태도에서 배어있지 않았다면 시어들의 나열에 불과한 언어적 유희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경건하게 절대성에 귀의하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겸손한 자세에서 비롯된 깊은 영감(靈感)이다.

내면의 풍경을 전달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의 내면을 언어의 표현으로 전달하기에는 의미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붉은 것과 불그스름한 것의 차이, 검은 것과 거무스레한 것의 인상적 느낌은 분명 다르다.
이 형용사의 차이를 인정할 때, 다양한 언어의 표현은 좀 더 본질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된다.


 인도 벵골어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풍부한 형용어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언어의 배경에 기초하여 쓴 『기탄잘리』를 영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사투리가 빠진 지역의 언어를 기록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언어의 표현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번역은 창작 못지않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더해 상징적 의미를 함축한 언어 표현의 꽃이 바로 시(詩)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시인의 감정에 몰입하지 않으면 어색한 문자조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글자들의 나열이 되고 말 것이다.


영어로 번역된 시를 다시 한국어로 옮기는 일 또한 쉽지 않지만, 벵골어 못지않게 한국어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용어구 조합이 있다. 작가의 마음을 물들인 색을 찾아낸다면 결코 어려운 작업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긴 시간동안 작가와 독자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였다. 세마치 장단부터 중모리 휘모리로 이어지는 우리가락을 글로 적어 표현할 수 없듯이 시인의 노래를 영감으로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탄잘리를 읽으며 그동안 여행에서 틈틈이 적어본 감성적인 글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내가 쓰고자 했던 모든 감정들이 이미 기탄잘리에 고스란히 녹여져 담겨있기에 더 이상 글을 쓸 이유를 잃었다. 그것은 이 시보다 더 경건함과 내려놓음을 나의 글로서는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악보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른가?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누군가 말했듯이 글을 쓰는 당사자의 심정이 되지 않고는 그 본뜻을 알기 어렵다. 특히 시라면 더욱 그러한데 운율과 정제된 글의 느낌을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원곡이 아니라 편곡되어 개작된 노래처럼 번역이라기보다는 번안에 가깝다.


기탄잘리를 읽기 편한 시어로 다시 풀어보고자 했던 것은 이 시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인도의 정신이 함축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자 영감과 명상을 담은 노래로 보았기 때문이다.


타고르가 선택한 1백3편의 감정으로 퍼 올린 퍼즐들과 함께 귀로 들리는 소리를 넘어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만지는 노래로 엮고자 노력하였다.


이 시를 읽는 모든 분들이 시의 가락에 취해 춤출 수 있기를 소망한다.


편역자 :배해수

이 책을 엮은 배해수는 1966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항해학, 토목학, 관광학, 국제지역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들을 전공하였다.
20대 후반부터 인도의 적나라함에 이끌려 16개주 전역을 여행하며, 종교와 생활문화를 직접 보고 배웠다. 이후, 인도 중부지역에 머물며 뿌나대학 산스크리트 기초과정과 간디 자연치료 전문대학의 닥터과정을 공부하였다.


라즈니쉬 명상공동체에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하였고, 남인도 아루나찰라산에 있는 라마나 마하리쉬 아쉬람에서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였다. 인도 까이발야담 요가문화종합대학에서 국제지도자과정 수료 후, 30대 초반 귀국하여 전주에서 마하요가명상원을 설립 운영하였다.

 
사단법인 한국요가협회 학술연구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요가 지도자들을 위한 『요가교본』을 편집하였고, 『인도전통요가 아사나백과』를 감수하였다. 저서로는 요가전통경전들을 하나로 집대성한 『요가비전』과 인도전통요가의 이론과 실기를 3부로 나누어 엮은 『인도전통요가의 맥』을 저술하였다.

 
동국대학교, 호원대학교, 전주시립국악·극단, 전북대학병원에서 요가이론 강의와 자세실기를 지도하였다. 좀 더 다양한 문화의 이해를 위해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 박사수료 후 종교문화, 전통과 일상생활의 무형문화에 관한 문화인류학을 강의하였다.
일과 놀이를 하나로 엮고자 자연농법을 실천하는 게으른 농부로 무형문화연구 및 인도전통 정신문화를 공부하면서 명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신께 드리는 노래|편역자 배해수 |지혜의나무|값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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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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