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된 문화재 중 하나인 화엄사 시왕도. (사진=조계종 제공) 

구례 화엄사 '시왕도' 등 1988-2004년 사이 도난당해 방치됐던 불교문화재 32점이 30여년 만에 환수됐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스님, 이하 종단)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하 지수대)와 협력해 지난 1월부터 1988~2004년 사이 도난된 후 장기간 은닉돼 온 14개 사찰의 도난 불교문화재 16건 32점을 회수했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이번 회수에는 화엄사와 천은사, 백련사, 선운사, 미황사 등 전남지역 사찰문화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종단은 도난 불교문화재 회수를 위해 국·내외 경매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중, 지난 1월13일 모 경매사에서 도난 신고된 포항 보경사 불화 2점이 올라올 예정임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를 접수한 서울청 자수대가 경매사에 등재된 도난 불교문화재의 압수를 시작으로 관련자들에 수사를 진행했다. 

도난 불교문화재에 대한 수사 진행중, 지난 7월9일 종단 문화재 담당자와 함께 은닉처를 확인하고 이 중 사찰에서 도난당한 불교문화재임을 확인한 16건 32점을 즉시 회수했다.

회수된 문화재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하지만 도난 이후 적절하게 보존되지 못한 탓에 불화의 경우 경화(硬化·딱딱하게 굳음)로 인해 제대로 펼 수 없거나 채색이 박락(剝落·떨어짐)되기도 했다.

1862년 제작된 구례 화엄사의 시왕도는 2001년 도난당한 뒤 돌돌 말려져 보관돼 온 탓에 완전히 편 상태에서도 굵은 주름이 잡히는 등 불화로서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또한 불화 하단에 기재하는 화기(畵記·제작 시기와 봉안처를 적어둔 기록)가 아예 잘려져 있거나 사찰명이 지워져 있는 등 도난 문화재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훼손한 경우도 확인됐다.

도난 문화재 소장자였던 A씨는 2014년 문화재 은닉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고, 올해 6월에는 유사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조계종은 회수한 도난 문화재가 원 사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보호법상 도난 관련 공소시효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 제도 폐지 등 도난 예방과 회수된 도난 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를 위해 제도개선 노력도 펼 방침이다.

한편 조계종과 경찰청, 문화재청은 합심하여 2014년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 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환수 불교문화재 목록

▲포항 보경사 영산회상도·지장보살도 ▲구례 천은사 나한상·제석천상 ▲달성 유가사 영산회상도(괘불) ▲순천 동화사 영산회상도·금강역사상 ▲강진 백련사 삼장보살도 ▲청송 대전사 지장시왕도 ▲구례 화엄사 시왕도 ▲순천 선암사 지장보살도 ▲경주 백률사 지장보살도 ▲함양 벽송사 후불도 ▲전주 서고사 나한상 ▲전주 청곡사 동자상 ▲해남 미황사 동자상 ▲문경 운암사 현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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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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