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섭 시집 b판시선 037      

변경섭 시인의 신작 시집 ≪목발에 대한 생각≫이 출간되었다. 맑고 고운 서정과 웅숭깊은 사색이 담긴 61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시집 제목이 상징하듯이 변경섭 시인은 걷는 데 불편한 장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시절 다양한 사회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살아왔는데, 현재는 강원도 평창의 대미산 자락에서 자연을 벗 삼고 텃밭 농사에 재미를 붙이며 살고 있다.

 
깊은 산골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시인의 시는 자연히 자연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조건이야말로 시인의 가장 중요한 시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도시와는 달리 사계의 변화를 순간순간 느끼고 깨달으며 얻어낸 시들이 특히 빛난다. “곤고한 세월 돌아온 내가//언 땅 뚫고 나온 너와 마주보고//살아갈 날 서로 위로”(「어느 봄날 내가」)하며 지내는 삶은 평온하면서도 격정적인 전율을 담고 있다.

 
산골에서는 갖가지 짐승이며, 벌레며, 나무들, 열매들, 씨앗들과 예사로 만나지만 그럴 때마다 시인에게 와 닿는 서정은 다르다. 이 다름은 실재로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그 다름을 느끼지 못하면 일상의 단조로움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시인의 의식은 예민한 촉수로 나날이 다른 삶의 감각을 발견해낸다. “내 눈에 보이는/저들 삶이 그러하듯/매일매일의 내 삶도 다른 삶이기를 바라며/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아 곧 침묵일지니/그리하면 저들처럼 나도 언젠가/조용히 사라질 것”(「매일매일 다른 삶이기를 바라며」)이라고 말한다. 

 
시적 대상과 동질감을 느끼고, 대상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으면서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시를 쓰는 행위가 아닐까. 해설을 쓴 최성수 시인은 변경섭 시인의 이번 시집에 대해서 “그가 산촌으로 삶의 근거지를 바꾸면서 만나는 온갖 자연물들과의 만남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간절히 원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면 자세히 보인다. 나무와 풀과 새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쩌면 이 시집은 그가 산속 마을에 깃들어 살면서 만난 나무와 풀과 새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 : 변경섭

1961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고향에서 자라고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청년운동, 재야 연구소 연구원, 노동자문학운동, 전교조 활동 등 사회문제에 참여하면서 청년 시절을 보냈고, 한때 환경회사에 다니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서울에서 30여 년을 보내다가 지금은 강원도 평창군 대미산 산골 마을에 들어와서 자연을 벗 삼고 텃밭 농사에 재미 붙이며 글을 쓰고 있다.
〈정세연구〉와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새는 죽었다〉,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린다〉와 장편소설 〈종태〉, 소설집 〈눈사람도 사랑하네〉, 산문집 〈서리꽃 피고 꽃 지고〉 등이 있다.






목발에 대한 생각 ㅣ 변경섭 지음 | 도서출판b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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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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